티스토리 뷰

생활정보

몽골요리 이야기

금달팽이 2018. 3. 22. 19:30

몽골인은 잠깐 동안 중원을 통치했을 때(원나라 시기) 빼고는 대부분을 내륙에서 유목생활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지금도 몽골 땅은 서쪽 일부지역 빼고는 물을 찾기 힘든 척박한 지형이 대부분이며 농사지을 땅이 부족해 대부분 육류로 필요한 영양을 보충했다. 몽골 음식을 크게 붉은 음식(고기류) 흰색 음식(유제품) 등으로 나누는 것도 그래서이다.

몽골의 인구는 3백만명 조금 넘는데 이들이 키우는 가축은 대략 4천만 마리나 된다. 몽골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도 가뭄이나 질병이 아닌 조드라는 겨율의 매서운 혹한인데 이게 심하면 겨울 한 계절에 몇백만마리나 되는 가축이 죽어나갈 정도로 무섭다. 그래서 유목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겨울이 오기 전 겨울을 버티지 못할 것 같은 가축은 미리 도살해 식량으로 보존한다. 주로 식량으로 사용되는 것은 양이나 염소처럼 풀만 뜯어도 되는 것들로 특히 양(羊)이 중요하다.

몽골로 여행가는 많은 사람들이 먹어보고 싶은 것으로 '허르헉'을 흔히 꼽는데, 사실 방송이나 여행 가이드 책자 등에서 보여주는 허르헉은 관광객용으로 만든 것이다.

상기하였듯이 몽골은 영토는 넓어도 농경지가 적어 채소 과일은 구경하기 어려우며 향신료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여 몽골에서도 향신료는 집안의 어른이나 귀한 손님에게 양보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양 한마리를 잡아 만드는 허르헉에도 소금 외 다른 조미료는 찾아보기 힘들고, 피도 처음 (한국의 고시레와 비슷한 의미가 있음) 땅에 바치는 한 사발 빼고는 전부 버리지 않는다.


1. 양을 잡는다. 양의 동맥을 눌러 잡는데 숨이 끊어지는데 채 10초도 걸리지 않음

2. 칼로 양의 가죽을 펴 땅에 피가 스며들지 않게 하고 양을 해체한다.

3. 내장에 남은 찌꺼기는 손으로 그냥 적당히 훑어 낸다.

4. 그 동안 불을 피우고 가축의 똥 말린것으로 차돌을 데운다.

5. 받은 피에는 밀가루, 소금, 고기 등을 섞고 순대속을 만든다음 아까 손질한 내장에 채움. (이것이 몽골식 피순대)

6. 돌도 다 달궈졌고 고기 손질, 순대 만드는 것도 끝났으면 모두 압력솥 등에 넣고 1시간 반 정도 익힌다. 만약 양파 같은 채소가 있다면 이 때 같이 넣는다.

7. 다 익으면 솥에서 꺼내 먹음


이게 현지인들 방식 그대로 만드는 허르헉이다. 한국인들도 곱창을 즐겨 먹지만 그 곱창의 냄새를 잡기 위해 소금, 밀가루 등으로 박박 씻고 그래도 냄새난다고 마늘양념 등의 갖은 양념에 재워 잡내를 잡은다음 굽는데 허르헉은 그런것 없다. 그냥 피 포함한 나이든 양의 고기를 좀 과장해서 토막만 치고 익히는거라 그 냄새가 그대로 남아있고, 기름도 전혀 제거하지 않기 때문에 솥에는 기름이 둥둥 떠다닌다. 더 놀라운 것은 그렇게 익혔는데도 질기고, 일부 고기는 익지 않은 채로 베어물면 핏물(육즙)이 배어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도 몽골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잘 먹으며, 양고기 요리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렇게 삶아 소금에 찍어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고 말한다.

양을 잡아야 하는거라 대개 4인 이상부터 주문을 받으나, 관광객 단체 투어인 경우는 그냥 저녁 기본메뉴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게르(현지인이 거주하는 천막)에 방문하면 100%라 해도 좋을만큼 반드시 대접받는 음식이 있는데 바로 아이락이다. 주로 마유주로 번역되는 경우가 많은데 말 젖을 발효시킨 것으로 원래는 알콜 성분이 없는데 보관과정에서 알콜 성분이 생긴다. 말이 원래 젖이 많이 나오지 않는 동물인데다가 제대로 된 아이락을 만들려면 자주 저어주는것이 중요한데 좋은 아이락을 만들려면 1만번 이상 저어주어야 한다. 그만큼 안주인 혹은 그 집 여자들의 손이 많이 가서 손님이 아이락을 잘 마셔주고 맛있다 칭찬하는 것은 안주인을 칭찬하는 것이 되기에 손님이 잘 마시면 주인도 좋아한다. 다만 시큼하다는 단어만으로는 부족한 형언할 수 없는 맛이 나서 처음 맛보는 사람은 굉장히 당황스러울 수 있다.

아이락 말고 수테차라는 차를 대접하는 경우도 있다. 소금을 넣은 차에 마유를 붓고 끓인 것인데 비타민을 섭취할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음식이라 역시 손님 오셨을 경우 대접하는 일이 많이 있다.

아이락처럼 주인이 대접하는대로 마시는것이 손님의 예의이다.


허르헉은 당장 대접하기 어려운 음식이기에 손님이 오면 보츠나 호쇼르를 대접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보츠는 쉽게 말해 찐만두, 호쇼르는 군만두인데 속은 당연히 양고기를 넣는다.

보츠는 위에 작은 구멍이 나 있는 것이 많은데 이 구멍으로 만두 안에 고여있는 기름을 빨아먹은 다음 베어먹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한국식으로 그냥 한 입 베어먹으면 거의 대부분 뜨거운 기름에 입을 데이게 된다. 구멍이 없는 경우는 조금만 베어물고 기름을 빨아먹은 다음 먹는다. (호쇼르도 마찬가지). 그런데 이것도 속이 그냥 간을 한 양고기만 들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한국인의 입맛에는 상당히 느끼하고, 양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날 수 있다. 이것도 잘 안 먹으면 안주인이 상당히 당혹해할 것이다.

겨울철에 게르 천장에 보면 고기를 주렁주렁 걸어놓고 만드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렇게 말리는 고기는 대부분 붉은 부분(살코기)인데, 몽골인들은 지방을 섭취할 수 있는 비계부분을 더 선호하기에 이런 살코기는 바싹 건조시켰다가 보르츠라는 일종의 보존식품으로 만든다. 보르츠는 옛날 몽골 군대가 서방 원정을 떠났을때도 병사들 허리에 차고 다녔다 할정도로 오래되었는데 그 건조율이 현대의 전투식량과 맞먹을 정도다. 이것을 그냥 먹을수는 없고, 뜨거운 물에 조금 타서 휘휘 저어 불려 먹는데 가루를 약간만 넣어도 한 그릇의 고기죽이 된다. 다만 이거 역시 말끔하게 손질하지 않은 고기를 말린거라 냄새가 많이 난다. 지금은 검역 때문에 육루의 이동을 통제하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아서 몽골지역 공항에 가보면 이 보르츠 타먹는 음식 냄새가 진동할 정도였다.

음식 재료 대부분이 육류고,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요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름을 하나도 걷어내지 않아 음식의 열량이 높고 지방도 많이 함유되어 있다. 그 탓인지 몽골인의 상당수는 나이 들어 복부비만 등으로 고생한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채소 섭취가 조금씩이지만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울란바토르 같은 대도시(사실 몽골 내에서 타 국가의 대도시 정도의 규모를 가진 곳은 울란바토르 한 곳 뿐이다)에 가면 슈퍼에서 채소를 구할 수 있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수입에 의존하여 고기에 비해 매우 비싸 거기 사는 사람들도 대부분 육류를 구입하지 채소는 그렇게 많이 먹지 않는다. 해산물은 더 찾아보기 어렵다. 갑각류 같은 것은 태어나서 평생 한 번 안 먹어보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서울 등의 대도시에서 일부 몽골 식당이 영업중인데 다만 이 곳들에서 만드는 요리는 상당수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바뀐 것이다.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