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생활정보

러시아 요리 이야기

금달팽이 2018. 3. 20. 19:41

제정러시아 시대, 러시아 백성들은 어렵게 살았지만 러시아 황실의 재산은 전 유럽에서 으뜸이라고 일컬어졌었다. 황제와 그 가족들이 먹는 음식은 물론이고 그 밑의 귀족, 부자, 지주들 역시 호화스러운 식사를 하였으나, 제정러시아가 몰락하고 오랫동안 공산주의 통치를 겪으면서 과거의 화려한 모습은 많이 사라졌다. 그래서 현재 레스토랑에 가서 먹어봐도 그렇게 호사스러운 음식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물론 돈 많이 내고 비싼코스 시키면 여러가지 많이 나오기는 한다).

러시아의 국토는 대단히 넓지만, 상당수는 동토여서 농사를 짓기가 곤란했다. 그래서 채소는 그다지 많이 쓰지 않았고 집에서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저장채소(오이, 양배추, 감자, 양파, 당근, 사탕무/제일중요) 혹은 채소를 염장해 보관해뒀다 요리에 사용했다. 북극해에 면한 추운곳에 사는 사람들은 순록 등의 가축과 바다에서 잡을 수 있는 바다표범 등의 고기에 크게 의존하며 넓은 땅이 있어 가축을 많이 키웠는데 그들에게서 얻는 유제품도 식탁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어느 집에 가나 쉽게 대접받을 수 있는 것으로 빵과 보르시치가 있다. 지금은 밀가루로 만든 흰 빵도 많지만 예전 러시아 사람들이 먹던 빵이라면 단연 호밀로 만든 검은 빛깔의 흑빵이었다(홀렙이라 부르는데 신맛이 남). 

배를 채워주던 빵과 사람이 사는데 꼭 필요한 소금 둘을 합쳐 '흘례보쌀스뜨보'라고 부르는데 이는 우정과 환대라는 뜻을 갖는다. 지금도 러시아에서 국빈을 맞이할 때면 전통의상을 입은 여성이 접시에 빵 위에 소금을 올린 것을 가져오는데, 손님은 그 빵을 한 점 떼어 소금에 찍어먹으며 답례를 하는것이 관례다.

빵 종류로 피로시키(혹은 피로기라고도 부름)라는 것이 있는데 빵 안에 채소와 고기 등을 넣고 구운 것이다. 한국의 고로케와도 비슷한데 길거리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다.

보르시치는 국물 요리다. 집집마다 만드는 방법이 다르다고 할 정도로 들어가는 재료와 맛이 다양한데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국물에 사탕무를 넣고 끓여 붉은색이 나며 스메타나라고 불리는 사워 크림을 넣어 휘휘 저어 먹는다는 것이다. 이 요리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동유럽 국가(폴란드 등)에서도 쉽게 맛볼 수 있다.

사탕무와 집에 있는 채소, 고기 등의 재료를 볶고 나서 물을 부은 다음 뭉근하게 끓여서 만든다. 고기 등의 육류는 부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을 넣는데 사탕무의 영향인지 약간 신맛이 난다. 해외에 있는 러시아 식당에도 거의 반드시 메뉴판에 있으며 해외에 오래 체류하는 러시아인들은 러시아 식당에 들러 보르시치를 시키고보드카를 한 잔 하는 것으로 향수를 달랜다고 할만큼 즐겨 먹는 음식이다.

보르시치 말고도 수프 요리 종류가 상당히 많은데, 적은 재료로 가족들이 다 같이 먹을 수 있기에 발달했다는 설이 있다. 아무래도 물을 붓고 끓이면 재료 자체의 맛은 떨어지겠지만 대신 국물이 있어 배를 채우기는 좋기 때문이다.

펠메니라 불리는 러시아식 만두도 많은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 한국의 물만두와 비슷한데 만두소 재료도 고기(돼지, 양 혹은 소)와 마늘, 양파 등을 넣고 소금이랑 후추로 간을 해서 두부만 빼면 한국식 만두와 다를바가 별로 없다. 다른 점은 만두피가 상당히 두껍다는 것과 스메타나가 반드시 곁들여져 나온다는 점이다.

이렇게 만든 펠메니는 냉동시켜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기 때문에 추운 시베리아지방에서 많이 만들어 먹었다.


러시아인들은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고기도 즐겨먹는데, 대표적인 고기 요리로 꼬치구이인 샤슬릭이 있다. 주로 양고기를 꼬치에 꿰어 구워 먹는데, 러시아에서는 상대적으로 돼지고기가 비싸서 대용품으로 양고기를 쓰는 일이 많다. 이 요리는 아나톨리아나 아르메니아 쪽에 살던 사람들에게서 들여온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데 한국식으로 치면 캠핑나가 배고플때 해먹는 음식으로 인기다. 물론 집에서도 자주 해먹는다.

고기 요리를 할 때도 기름이나 크림을 충분히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벱스뜨로 가나프라 불리는(비프 스트로가노프) 요리도 그렇다. 고기와 양파, 버섯을 썬 다음 버터 녹인 프라이팬에 볶은 뒤 육수에 넣어 약간 삶은 요리인데, 이것도 러시아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

캐비어는 철갑상어의 알젓인데 러시아에서는 검은 생선알이라는 뜻의 초르나야 이크라라고 부른다. 카스피해 인근이 주 산지인데, 이거는 정말 비싸서 큰 마음 먹지 않고는 먹어보기가 힘들다. 옛날에는 현지인들이나 빵에 발라먹던 음식이었다는데 지금은 카스피해의 오염과 남획으로 인해 철갑상어 개체수가 급감하여 캐비어 가격도 덩달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최상품 벨루가 같은 경우는 100g에 50만원대가 넘는다.

캐비어는 주로 빵에 발라 먹는데(그냥 먹으면 짜다) 보드카와 잘 어울린다. 캐비어는 쇠와 접촉하는 것을 꺼려서 동물의 뿔이나 조개 등으로 만든 숟가락으로 떠 먹는다.

현지에서 캐비어 주문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철갑상어 알로 만든 것은 워낙 비싸서 연어알 등으로 만든 대용품이 현지에도 많이 유통되는데,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이런 대용품을 내놓고 돈은 철갑상어 캐비어로 청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사람들은 단맛도 굉장히 사랑한다. 어느 집에 가나 바례니예(잼)를 담은 단지가 있는데 주로 여름 가을에 채집할 수 있는 산딸기류를 모아 설탕을 많이 넣고 뭉근하게 끓인 것이다. 이거는 빵에 그냥 발라 먹기도 하며 홍차를 마실 때 곁들이기도 하고 과자 등을 만들 때 단맛을 내는 속재료로 넣기도 한다.

러시아와 수교한 이후 한국 라면과 과자가 현지에서 엄청나게 히트친 것으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모 라면(용기가 사각형으로 된)과 제과사의 파이류 과자가 많이 팔리기는 한다. 특히 라면같은 경우 그냥 컵라면의 일반명사화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하지만 그 외에는 그냥 좀 규모있는 슈퍼마켓 등에서 찾아볼 수 있을 정도고 러시아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찾지는 않는다.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